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우편배달부가 문을 두 번 두들기는 옛 전통이 있었다. 지금이야 빨간 우체통의 낭만이나, 손으로 쓴 편지의 낭만따위야 개나 줘버리라지만,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가 출간된 1930년대에는 여전히 우편배달부의 로망이 있었을 것이다. 오랜 친구로부터의 안부 서신, 타향살이를 하는 자녀로부터의 편지, 잊었던 옛 연인의 손글씨까지. 지구촌이라는 말이 있기 전의 시대에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은 물성을 바탕으로 했다. 모든 매개체에는 무게가 있었고, 시간은 거리에 비례해 소요되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전통은 손에서 빠져나간 우연한 기회를 말한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렸고, 집주인은 모른다. 이제 우편물은 집주인에게 당도하는 때는 다음 기회이다.


간단하게 감상을 밝히자면 너무 재미있다. 책 표지에는 알베르 카뮈의 추천사가 적혀있다. "나는 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이방인」을 썼다." 이방인이야 한 번 잡으면 결말을 볼 때까지 손에서 놓기 힘든 책이고, 내가 카뮈를 좋아하기에 책을 얻게된 우연한 기회에 앉아 읽었다. 왜 카뮈가 좋아했을까? 는 의문은 접어두겠다. 저자 케인은 '느와르 소설'의 창시자라고 적혀 있는데, 그렇다고 중절모를 쓰고 총을 갈기고 감정적이 된 부하에게 배신당하는 모습을 생각하고 읽지는 말자. 갱스터 이야기는 아니다. 전형적인 '이성간의 사랑'을 플롯으로 한다. 그리고 자칭 악녀가 등장하고, 악녀는 주인공과 긴장을 유지한다.


"그에게 눌어붙어 있을 작정이었어. 하지만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맙소사, 내가 작고 하얀 새처럼 보여?" "차라리 지독한 고양이처럼 보이는데." "잘 봤어, 그렇지. 그게 당신 매력이야. 당신이라면 항상 속일 필요가 없으니까. 게다가 당신은 깨끗해. 개기름이 흐르지 않아. 프랭크, 그게 뭘 뜻하는지 알기나 해? 당신은 개기름이 흐르지 않는다고." "짐작할 수는 있어." "그렇지 않을걸. 그게 여자에게 뭘 뜻하는지 남자는 알 수 없어. 개기름이 흐르는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그가 건드릴 때마다 역겹고 구역질이 나지. 난 정말로 그렇게 직독한 고양이는 아니야, 프랭크. 그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뿐이지."......."그럼 난 지독한 고양이야. 하지만 내가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개기름이 흐르지 않는 사람하고라면 말이지."

p.25


여주인공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과연 1930년대 소설이 맞을까 싶을 만큼 단문으로 치고 달린다. SNS의 발전으로 단문 위주의 치고 달리는 단편소설들이 인기를 끄는데,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어제 출간되었다고 해도 믿겨질 정도다. 처음부터 타블로이드판 신문에 게재된 탓이다. 연정과 살인 그리고 법정의 이야기가 큰 줄기이고, 여기에 추가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는데, 일말의 환상으로 잡히지 않는 신기루를 그려낸다. 이 부분은 너무 스포라서 적지 않으련다.


프랭크란 이름의 떠돌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사회 윤리와 개인 윤리는 대립점을 갖지 않는다. 그래서 더 잘 읽힌다. 처음부터 "인간은 추악해."라고 들고 나오기에 더더욱이 그러하다. "왜?" 라는 질문은 필요없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은 그저 "어떻게?" 라는 질문에만 답을 한다. Soap Drama가 불러일으키는 다음 에피소드의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 하다. 영화 연극 등으로 여러번 각색되었다. 더군다나 먹먹한 느낌, 하지만 납득 가능한 전개가 펼쳐지기에 느와르 소설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하철에서 출퇴근하며 읽기에 적합한 소설이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저자
제임스 M. 케인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7-12-2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케인의 데뷔작으로 193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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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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