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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

몽당몽당리뷰 [난지도사람들] 유재순, 글수레

 

 

[난지도사람들] 유재순, 글수레

 

1. 
"상암동 산동네 저편에서는 이제 뽀오얀 붉은 햇덩이가 막 태동을 느끼기 시작하고(19면)", "시퍼런 녹색의 호박이 수천 평의 임야를 가득 메우고... 노란 황금색의 호박꽃도 활짝 피어 만개의 절정을 이루(220면)"었던, 그리고 "망원동쪽에서 바라보이는 샛강의 건너편 밭쪽에는 꽤 넓은듯한 배밭이 보였고 그 배밭 너머로 울창한 버드나무숲이 보였(20면)"던 구만 평이 넘는 난지도는 1978년부터 쓰레기에 뒤덮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93년에는 쓰레기가 산을 이뤘단다. 그 시절, 난지도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는 시간엔 이웃 동네 주민들이 창을 닫고 빨래를 걷어왔던 그 시절, 한 여성은 난지도에 들어갔고, [난지도 사람들]이란 "르뽀(1985년에는 르뽀라 불렀읍니다)"를 썼다고 하여 찾아보니 절판이라...

 

2.

검색 끝에 '국회도서관 복사실'이 제공하는 소장 도서 "우편복사" 서비스로 단돈 17,380원..(총액은 52,140원인데 다른 책 두권이 있으니깐 산수를 해보면 나누기3을 하면)에 샀다. 초판 인쇄는 1985. 5. 20.인데 저자 유재순이 난지도에 들어간 해는 대략 1979년이고, 난지도를 나온 해는 대략 1981년으로 보여서 때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신체에 잔혹한 폭력을 가하던 잔인한 시절이고, 그 때에 저자는 부조리에 저항을 하다가 친구를 팔아넘긴 죄책감에 난지도로 들어갔다.

 

3.

저자는 이렇게 어용교수에게 말하고 "미래의 제2세대들인 저희들에게 민주주의의 악법인 유신헌법을 옹호하는 교수님의 강의는 한치도 들을 가치조차 없을 뿐더라 그런 상의는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무릇 어용교수님의 위치란, 한순간밖에 머물러 있지 못하며 제자는 있으되 스승은 없다란 이치를 되새기며 강의실을 퇴장(63면)", 그 어용교수는 반성 속에서 교수직을 자진 사임한 뒤 저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지금의 네 모습을 조금이라도 변형시킨다면 넌 네가 반항했던 사람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되는 것이다..... 나는 네가 말하는 어용교수로 되어 버렸지만 네 세대는 조금은 달라질 것(67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감동어린 교감이 있던 시기이고, "난지도 사람들을 이 세상에서 가장 비천하고 불쌍한 거지들로 격하(217면)"해서 후원금을 모은 수탈교회목사와 "고아들을 굶겨 높아진 울음소리"로 후원금을 모으는 고아원장이 판을 치던 시기이고

 

4.

고아원, 시골, 교도소 출신인 난지도 주민들은 물렁이(요구르트병막걸리병부드러운 플라스틱비닐), 쇠붙이(고철•중철•신철), 고무, 구리, 양은, 순면헝겁을 주워 팔며, "쓰레기를 주워 직접 돈과 맞바꾸듯 성격도 생활도 직선적이며 직접적(217면)"인 쓰레기를 줍는 노동자들이 거지로 취급받던 시기를 그린 책.

 

+)

"여인의 모습에서 문득 이조시대의 한 많은 여인네들의 분위기를 떠올렸다. 남편의 모든 잘못을 자신의 부덕함으로 돌려 생각하는 이조 여인의 그 순백함, 회한의 인생을 살면서도 지극히 당연한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이조 여인의 모습을 도여인에게서 떠올리며(154면)" 1인칭 주인공인 저자는 가치 판단을 하지 않고 멍하니 도여인을 바라보기도 하고, 김여인의 임신 스토리를 보며 유쾌하게 웃기도 하고, 한여름 느티나무 숲 아래의 송충이들 수백마리와 동침을 하며 비명을 지르고, 아이들에게 야학을 하고, 목사의 부인인 이기순이 브르도져(불도져) 사고로 사망한 이야기 등으로 꾸밈이 없는 난지도 사람들의 삶을 꾸밈없이 적었더라.. 절판인 게 아쉬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