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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

책 [돈의 인문학] 김찬호, 문학과지성사

“10억을 받았습니다.”라는 광고에 눈이 휘둥그래져서 그 뒤에 숨겨진 목숨값이란 상실감은 희석됐고, 돈은 지불능력을 뽐내면서 인간에게 연대없이도 이루어지는 교환과 협업능력을 자랑한다.

‘축적의 과정을 감추고 결과인 화폐의 교환가치가 일원화한 세계를 절대적’이라고 여기기도 했는데, ‘정성,성의,관심,시간,지혜를 축적한 사랑이 세상을 만든다’는 태도를 상기하니 차분해졌다.

(168면)양파를 파는 어느 노인에게 가격을 묻고 10센트라고 응답을 받아서 모두 사면 얼마냐고 물었다. 노인은 뜻밖에도 한꺼번에 팔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다.

노인은 “양파만 팔려고 나온 게 아니고, 인생을 살려고 나온 거야. 이 시장을 사랑하고, 북적대는 사람들이 좋고, 햇빛과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해. 친구들은 인사를 건네고, 아이들과 농사 이야기를 해. 그게 내 삶이야. 그래서 하루 종일 여기 앉아서 양파 스무 줄을 파는데 그런데 몽땅 다 팔라고? 그럼 내 하루는 끝나. 사랑하는 삶을 잃는데 그렇게는 못하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