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와르, 추악이 이끌어내는 일말의 환상「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James M. Cain, 민음사.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우편배달부가 문을 두 번 두들기는 옛 전통이 있었다. 지금이야 빨간 우체통의 낭만이나, 손으로 쓴 편지의 낭만따위야 개나 줘버리라지만,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가 출간된 1930년대에는 여전히 우편배달부의 로망이 있었을 것이다. 오랜 친구로부터의 안부 서신, 타향살이를 하는 자녀로부터의 편지, 잊었던 옛 연인의 손글씨까지. 지구촌이라는 말이 있기 전의 시대에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은 물성을 바탕으로 했다. 모든 매개체에는 무게가 있었고, 시간은 거리에 비례해 소요되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전통은 손에서 빠져나간 우연한 기회를 말한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렸고, 집주인은 모른다. 이제 우편물은 집주인에게 당도하는 때는 다음 기..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