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창비 불면의 공포는 주정뱅이에게 사치지만, 잠시 잠들어 꾸는 꿈은 고약하다. 꿈 속에서 버무려진 기억은 아주 고약한 어떤 일을 바라게 되고, 바라다 허무해지고, 어이없이 허무하여 바라볼 것이 없게 되자 깨어나서는 모든 희망을 끊어버리게 되는 그런 망함과 소망과 허망과 절망으로 간을 한 담담한 시래기국 시래기 가닥같이 진하고 오밀조밀한 단편 중에서 "봄밤"이 특히 좋았는데, 영경의 외출을 허락한 어느 봄밤이 수환과 영경에게 마지막 밤이 된 장면에서 허물어지고, 기억으로만 남은 둘을 보면서 벌써(?) 마지막 페이지라는 서글픔에 잠겼다. (장편인지 알고 빠져들어 읽었는데 단편일세) (168면)"이를테면 과거라는 건 말입니다" 마침내 경련이 잦아들자 그가 말했다. "무서운 타자이고 이방인입니다. 과거는 말입니다, 어..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