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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개

20120816

생각이 많아졌다. 많아졌다는 것은 무겁고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는 이야기다. 물론 나에게 해당한다. 머리로부터는 농도 짙은 썩은 물이 흘러내린다. 까끔하지 못해서 보기도 싫고 닦기도 싫었다. 이는 분명 내 게으름일테다. '지식'이란 악마의 열매 맛을 알아버린 나는 어느새 게으름이란 도구로 열매를 따먹고 있다. 도구도 열매도 썩고 물러서 언제라도 끊어지고 으깨질지 모른다.  "시간은 금"이라는 말이 각인된 유전자가 이어져 어버이부터 물려받은 몸뚱아리는 열매의 독을 중화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악마의 열매를 '성숙'?'숙성'?이란 금빛으로 도금해버렸다. 겉보기에 좋았다. 그러다보니 "독毒이 치사량을 넘으면 차라리 많이 먹는 것이 좋"다며 "이왕 먹기 시작한 열매를 열심히 먹자"라 말했으면서도 실은 딴 생각을 머리 속에 품고 있다. "나는 아직도 악마의 열매를 먹지 않았어. 중독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