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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개

다른 빛깔, 다른 색깔.

마지막 학기가 시작점을 찍었다. 나는 2005년에 대학교에 입학했고, 올해는 2012년이고, 어느새 8년을 채워가고 있다. 이 학교가 애들을 못 괴롭혀서 불만인지 늘상 왜이렇게 개강을 빨리하냐며 ㅆㅃㅅㄱ대 라고 욕했지만, 설마 개학공포증에 걸린 고테츠와 같은 마음일쏘냐. 고테츠처럼 노는 데에 열정이 넘치지 않는 나로서는 반갑기까지 하다. 개강은 즉 종강이니, 그 지나가는 시간의 무게를 벅차다고 여겨기기도 했지만 이제껏 나를 거쳐간 시간이 가져다 준 배움을 생각하면, 지나간 시간의 무게는 기름기가 쪽 빠져 다이어트 당해버리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말 누가 했는지 거참) 이미 대학교에서 9번째 개강 첫째날이지만 이렇게 또 왔고, 또 다시 색다른 인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처음이라는 말이 주는 설렘은 긴장이라는 다소의 압박감이 가미되어 있다. 처음은 언제라고 화사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 동시에 그 너무 화사한 빛깔에 나는 압도되어 그 무게어 짓눌려버리는 느낌적인 느낌. 감각적인 감각. 흘러가버리는 시간에 두개의 말뚝을 박아 선을 그어버린 개강이라는 말과 종강이라는 말. 오늘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라는 말이 무색하게 만드는 찐한 색채를 담은 하나의 시작점인 개강. 그렇게 결국 미래일 것이라는 기억의 무한에서 과거였을 것이라는 망각의 무한으로 화사한 색채도 빛깔도 무색해져 갈터이다.

 

이번 학기에는 본의 아니게 글쓰기 수업을 두개나 청강하려한다. 반은 설렘 반은 긴장. 개강이 주었던 이제까지의 설렘과 긴장이 성적표에 타인이 "좋아요!"라고 도장을 찍어주기를 바람에서 나왔다면, 이번의 설렘과 긴장은 분명 내가 잉크를 뿌려 편지를 건내주려는 시도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여태의 긴장은 나의 것이 평가자에게 좋게 보여지기를 욕망하여 있었다면, 이번의 긴장은 나의 것이 나에게 좋기를 욕구하여 있다. 배가 고픈 아이가 칭얼거리다가 엄마의 젖을 빨듯이, 한겨울 바람의 매서운 칼날을 맞으며 홀로 걷는 한 장년이 옷깃을 여미듯이, 따땃한 봄 햇살 속에서 노인이 잠을 이기지 못해 흔들의자를 찾듯. 내 것이 좋기를 바라는, 하지만 타인의 평가는 중요치 않은 그런 단순한 느낌적인 느낌, 감각적인 감각.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