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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개

20120911 나방.

8시 53분에 학교에 도착했다. 담배를 한개피 꺼냈고, 라이터를 들었다. 그리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를 반절쯤 피웠을까, 목덜미 뒤로 괴이한 이질감이 엄습했다. 내 눈구멍이 앞으로 쏠려 있어서인지 깜짝 놀랐고, 마치 곤충의 신경반응처럼 허리 근육에 힘이 들어갔다. 움찔, '하나'가 시야에 잡혔다. 나방이다. 나방이 창에 여러번 몸을 부딪혔다. 창을 넘어들려나보다. 그런데 한마리다.

 

종종 밤거리에서 봤다. 골목의 전등불 아래로 나는 나방, 끊이지 않고 배회하기를 여러번, 그렇게 보다 보면 나는 어느새 나방들이 자리잡고 있는 가로등을 지나쳐 있다. 득실득실하다. 꿈틀꿈틀은 아니다. 애벌레들처럼 포개져 있지도 않다. 서로 가까이 다가가면 정전기 전깃불이 튀어 그 작은 몸이 불타버릴게 두려워서인지 접촉하지는 않는다. 함께이지만 홀로 전등불 아래를 헤맨다. 거기에 나방들이 있었다. 그리고 늘 전등불 아래를 채우고 있던 나방들 중 한마리가 지금 홀로 창을 넘어가려고 애쓴다.

 

그렇게 많았는데 다 어디로 갔을까. 단 한번도 부딪히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나방들, 함께 날지만 서로의 간격을 지켜주며 홀로하던 나방이 지금 열리지 않는 유리에 몸을 들이민다. 그리고 홀로다. 어디를 가려는지, 왜 햇살이 창백한 이 아침에는 홀로 있는지, 다른 나방들은 다 태양을 향해 날기 시작했나. 왜 지금은 홀로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