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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개

나무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려서 '무엇이든 주는 나무'라는 짤막한 동화를 읽었다. 동화책이라 했지만 실은 그림책이었다. 나뭇잎은 초록색이었지만 노란색이었고, 줄기는 갈색이었지만 동시에 붉은색이었다. 나무가 너무 예뻤고, 그래서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당시 그 나무를 좋아했던 것은 확실한데 그 이야기를 좋아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아니 나무 삽화를 좋아했던 게 아니고 실은 그 이야기를 좋아했던 것일까? 기억이야 늘 변하니까 뭐. 


나무는 아이와 함께 커나갔다. 나무는 아이에게 늘 물었고, 아이에게 늘 베풀었다. 나무는 늘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야 무슨 일 있니? 그럼 아이는 득달같이 말을 이어가는데 어느 날에는 배가 고프다며, 여름 날에는 너무 덥다며, 여느 날에는 그네가 타고 싶다며 귀엽게 투덜댔다. 나무는 배가 고프다는 아이에게 말 없이 사과를 주었고, 나뭇잎을 간들간들 흔들어 그늘 아래 아이를 앉혔고, 선뜻 가지를 하나 내주어 그네를 매달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어느새 아이는 성인이 되었고, 나무는 아름드리나무가 되었는데, 성인이 된 아이는 이제 예전만큼 자주 찾아오지도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날 찾아 온 아이는 배우자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아이는 나무 아래 앉아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무는 늘 그래왔듯이 또 한 번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야, 무슨 일 있니?" 아이는 그 물음에 배우자를 보내고서는 나무에게 답했다. "이제 아이가 생길 것인데, 집을 지어야 할 것 같아." 나무는 말 없이 아이 앞으로 나무가지를 흔들어 한 아름이 넘는 줄기를 뽐냈고, 이를 본 아이는 곧장 도끼를 가지고 와 나무를 잘라 집을 지었었다. 그리고 세월은 흐르고 흘러 아이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다시금 나무를 찾아왔다. 밑동부리만 남은 나무는 어김없이 "아이야, 무슨 일 있니?"라고 물었고, 아이는 지친 허리를 주무르며 대답했다. "이제는 앉아서 쉴 의자 하나만 있으면 참 좋겠는데..." 나무는 세월에 맨들맨들해진 속살을 드러내 보였다. 


나무는 묻기만 했고, 그 자리에만 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어두고 올때마다 물었다. 나무는 반가워하지 않았을까, 

어버이들의 마음이 이해가 갈동말동한다. 

그런데 있는 것(자연과 어버이) 귀한 줄 모르고 달라고만 하는 저 철딱서니 없는 놈(인간)은 좀 맞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