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장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 엄기호.

노동자여, 자본가가 돼라.
여가라고 알려져 있는 비노동의 시간을 노동의 시간을 위해 투자하지 않는 사람은 비난받고 도태되어야 한다. 여가는 생산자본으로 전환 가능한 문화자본, 사회자본을 축적하는 시간이지, 놀고 허비하는 시간이 아니다.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자본은 실패한 자본이며 시장에서 바로 퇴출될 수밖에 없듯이, 노동자 역시 자기 계발이라는 잉여와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제 노동자는 노동현장에서 자본가처럼 행세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역설에 갇혀 산다.

p.84

물론 그 촛불들이 늘 성공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저항은 실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늘 실패하고 패배한다. 그러나 실패에도 불구하고, 촛불에 참여한 사람은 민주주의에 대한 감각과, 배재된 주권자인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함에 대한 감각을 얻는다.
p.222

 
자유가 개인의 것이 아니고 소유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자유는 누구의 것이며 어디로부터 출발하여야 하는가? 수많은 철학자들이 이 질문과 씨름을 하고 있다. 어떤 철학자는 자유와 권리의 출발을 '나'나 배타적인 '우리'가 아니라 '타자'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와 우리로부터 출발하는 모든 사상은 근본적으로 타자를 전제하고 배제하는 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236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소소한 인물들의 등장과 한번쯤은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사건들의 연속으로 휘몰아친다. 신자유주의를 살아가는 일반 소시민들의 삶의 이야기는 가슴을 쓰라리게 만들고, 일반적이었지만 정확히 알지 못했던 에이즈와 여성의 외모 그리고 9.11 과 황우석박사의 이야기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갖는다. 그만큼 일반인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쉽게 읽힐 수 있도록 적은 책이지만 너무나 빠르게 휘몰아치는 사건과 사상의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이 책의 저자의 말은 모두 다 옳다는 결론 외에는 어떠한 생각도 하기 쉽게 만들지 않는다. 즉, 누군가로부터의 비판 혹은 반박의 여지를 하나도 남기지 않은 책이다. 왜냐하면 저자가 말하는 방향을 상상하거나 추측하는 순간 이미 책은 저기 멀리서 빨리따라오라는 말을 하고 있다. 물론, 최근의 읽은 책들이 생각의 여지를 남겨두는 소설 혹은 문학작품이었기에 오랫만에 읽은 인문과학 서적이 요구하는 사고의 진행은 나에게 약간은 거북스럽게 다가왔다.

책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신자유주의의 시작과 그로인한 노동자의 자본가돼기, 신자유주의 정책을 실천하는 정부가 규정하는 시민과 시민이 아닌 다수, 소유의 자유를 벗어나 새로운 자유에 대한 개념정립의 필요성, 그리고 정부에 의하여 테러리스트로 규정되는 다른생각을 가지고 시위를 하는 국민을 이야기한다.
분명 자유는 자유라는 하나의 단어로 규정되어있지만 민주주의를 열망하던 혁명(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6월항쟁.) 이전의 자유는 아니다. 더이상 자유의 의미는 구속으로부터의 해방 혹은 탈출을 말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가 선진국의 롤모델이 되어버린 현대에서의 자유란 어떠한 가치일지라도 소유되고 소유 할 수 있는 자유가 가능해진 사회이다. 그리고 그러한 형태의 자유는 각각의 개인에서 발생한다.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그리고 개개인의 삶의 모습을 보장한다는 번지르르한 말로 시작하는 자유, 그것이 바로 신주유주의가 주장하는 자유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자유의 의미로부터 벗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여러번 의미가 변화해 온 자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현대에 사유하는 철학자의 이야기를 하며 자유의 밑바탕에 있는 책임과 타자와의 관계를 통한 자유를 역설하고자 한다. 레비나스의 타자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이타성을 통한 자유의 실현. 아직 레비나스의 생각에 대하여 직접 사유를 해본 적이 없어 길게 적을 수는 없지만 변화해온 자유의 의미와 새로 나아갈 자유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만든 책이다.

물론 자유외에도 사유, 참여, 인권, 존엄성등 많은 이야기를 했으나 정작 가장 와닿은 이야기는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싶다.

뭐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직접 읽는것.ㅋㅋㅋㅋㅋㅋㅋㅋ어쨋든 쉽고 편하지는 않았지만 술술 읽히는 마치 게임을 하며 시간가는지 모르는 듯한 기분으로 읽은 책은 참 오랫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