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한 남자, 화장 안 한 여자. 어두운 무대에 불이 들어온다. 조명에 눈이 부시고, 객석에 앉은 그들의 면면을 확인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없다. 무대에 올라가기를 두려워하던 '그'는 커튼 사이로 빼꼼히 객석을 살핀다. 조명의 빛은 비추지 않지만 하얀 점들이 빼곡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몇 초가 지났을까. 빼곡한 하얀 점들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지금이 나가야 하는 바로 그 때이다. 희뿌옇게 분칠을 한 얼굴 위로 새빨간 코, 시퍼런 입술, 풍성한 갈색 빛깔 머리칼이 인상적이다. 지금 이 순간, 수십번 올라갔던 무대임에도 느낌은 늘 다르다. 마찬가지인 것은 가운데 위치한 '그'와 '그'를 주시하는 수 백개의 하얀 점들뿐이다. 화장을 한 '그'와 하지 않은 '그'는 분명 다르다. 무대 위에서의 30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화장..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