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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 그 날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종일노닥거렸다 前方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없었다 그날 驛前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돕거나 어린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未收金 회수 관계로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愛人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다 새가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占 치는 노인과 便通의다정함을 .. 더보기
전주 엽서 정말이지 두서없는 블로깅의 연속이다. 서울에서는 엽서를 거의 사지 않지만 이색적인 장소에 가면 엽서를 사는 습관이 있어. 그래서 어김없이 산 엽서 세 장. 왜 그런 거 있잖아. 우리 아빠 세대가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에 벽에 덕지덕지 붙어 있을 법한 포스터의 색감. 아니다 아마 그 당시에는 포스터라고도 안하고 벽지 정도로 부르지 않았을까? 그래서 샀지, 엽서 세장ㅋㅋㅋ아마 전주 한옥마을 베테랑 칼국수 맞은 편에 있는 학교 주변에 한식 악세사리 파는 가게에서 샀던 것 같다. 내 엽서 모음 블로깅 한 번 해야겠다. 이렇게 여유 넘치는 시간 제대로 누려야지. 더보기
카프카, 껍질을 벗고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지만 밟혀도 꿈틀하지 못했던 굼뱅이 영화제 기간 동안 어떤 문구를 만났다. 문구는 가슴에 와닿았는데 슬픔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애 그리고 실존에 관한 의문을 글로 적어내려갈 수 밖에 없는 한 사람의 마음이 두터운 껍질 밖으로 흘러나왔다. 아스팔트 도로에 가있는 금들 사이로 삐죽삐죽 뻗어나온 풀들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생명의 온도는 따스하다. 카프카의 문구는 비관적이었으나 아스팔트 도로의 풀처럼 삭막하고 건조한 카프카의 삶 속에서도 그가 가졌던 삶의 온도는 차지 않다고 느꼈다. 우선 카프카 전시실이다. 카프카 전시실에 죽돌이처럼 앉아있지는 않았지만 영화제 중 꽤나 많은 시간을 보냈다. 크게 세 섹션으로 나눠져 있었고, 네 개의 문구가 감칠맛을 냈던 전시회였다. (사실 전시회라고 명명하기에는 조악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ㅇㅅㅇ프로그래머의 .. 더보기
절바는정시늘어딘가에두고서이쓸때가능한글쓰기일테다 눈 앞의 깝깝한 눈꺼풀을 벗겨낸 이후의 새로운 장막을 뚫고 나가려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어려운 이유는 이리저리하여도 내 머리에 고정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세상을 읽는 눈이 두 개인 탓일지도 모르지만 실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간단하게 미래를 볼 수 없기 때문이어서 현시적으로만이 알 수 있는 현재의 사실을 여러가지 요소로 찢어서 원인과 결과라고 이름붙이고 원인을 과거에서 찾고 현재 발생한 사건과 위치상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사건을 원인으로 둘 가능성을 가장 높게 치겠지만 지금 사무실에 앉아서 이렇게 블로깅을 투닥투닥거리는 손가락 중에 엄지손가락은 타자 치는 데에 쓰이지 않아서 잠시 들여다보니 엄지 손가락과 중지 손가락 사이에는 백태가 껴 있어서 아 더럽다고 생각을 하여 내가 손을 안씼었나라고 .. 더보기
지극히 사소한 일기 영화제가 끝이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상으로 돌아오니 내 자리가 빠져있다. 돌아갈 곳이 없다. 일상이 없는 시간 속에서 균형을 찾았었다. 시간에 떠밀려 파도를 타는 사람처럼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고 지내왔다. 긴장감 서려있던 시간이 끝나고 발을 붙인 해변. 내게 돌아온 일상은 이미 예전의 일상이 아니다. 축제가 끝난 자리로 일상이 비집고 들어왔다. 다음 파도를 기다릴지, 보드를 들고 숙소로 돌아가야할지, 그도 아니면 이제 막 큰 파도를 타고 백사장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지친 그녀를 따라야 할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