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첫 영화는 돈 룩 업. 지구로 떨어지는 혜성을 마주보며 look up을 외치는 세력과 Don’t look up을 외치는 착시 세력 사이에는 유혈이 낭자한 폭력 한 점 없었기에 이 영화는, 돌고돌아 둥글고 서로 부서지지 않아 단단해서 우스꽝스럽다. 진지한 비즈니스맨의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사기, 비즈니스맨을 쫓는 “다 잘 될 거”라던 정치인의 왜곡 등등의 코미디로 조소를 자아낸다. 그래도 비열과 비참은 없어서 날이 서지 않아 마음 한 켠에는 안정이 있었고, 그렇게 보던 이 영화 중 최고의 장면은 영화 초반부에 제니퍼 로랜스가 “재밌으면 안되는 거에요”라고 했던 대사를 돌이켜 코디미를 쪽 뺀 후반부의 기도 장면이었다. 가공식품과 전기를 누린 현대인의 (아마도 마지막일) 기도 장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 전능하신 주여,
오만한 저희가 은총을 구하나이다.

의심 많은 저희를 용서하소서

또한 주여
이 어두운 시기를 사랑으로 위로하시고,
무엇이 닥쳐오든
당신의 담대함으로 받으들이게 하소서

아멘”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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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광장은 어릴 적 집에서 읽고, 학교 도서관에서 읽고, 그러고도 책을 여러번 샀는데 찾을 때마다 책이 없어서 그랬어. 다시 책을 초대하면서 집 문 앞에 덩그러니, 나를 기다린 책을 집어서 첫 문장을 읽고 읽고 다시 읽고 잠시 생각에 빠진 후, 그제서야 최인훈 작가가 이명준을 위해 광장의 첫 문장을 여러 번 다시 쓴 이유를 짐작하게 만든 최인훈이 남긴 변주, 그 세 문장은 아래와 같습니다(이거 일할 때 쓰는 문체인데..).

첫 번째.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척이면서 숨 쉬고 있었다.

두 번째.
바다는 숨쉬고 있다. 크레파스보다 진하고 육중한 비늘을 뒤채면서

세 번째.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내 맘에는 혹시나 역시나 세 번째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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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면)힘센 사람이 될 수 없기에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은 때로 참을 수 없는 위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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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침내 재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적고 “도저히 재건할 수 없는 세계를 마침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읽으면서 이제는 잠들고 말겠다며 읽은 페이지가 어느새 백여쪽이니깐 이제는 정말 자야지.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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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을 받았습니다.”라는 광고에 눈이 휘둥그래져서 그 뒤에 숨겨진 목숨값이란 상실감은 희석됐고, 돈은 지불능력을 뽐내면서 인간에게 연대없이도 이루어지는 교환과 협업능력을 자랑한다.

‘축적의 과정을 감추고 결과인 화폐의 교환가치가 일원화한 세계를 절대적’이라고 여기기도 했는데, ‘정성,성의,관심,시간,지혜를 축적한 사랑이 세상을 만든다’는 태도를 상기하니 차분해졌다.

(168면)양파를 파는 어느 노인에게 가격을 묻고 10센트라고 응답을 받아서 모두 사면 얼마냐고 물었다. 노인은 뜻밖에도 한꺼번에 팔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다.

노인은 “양파만 팔려고 나온 게 아니고, 인생을 살려고 나온 거야. 이 시장을 사랑하고, 북적대는 사람들이 좋고, 햇빛과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해. 친구들은 인사를 건네고, 아이들과 농사 이야기를 해. 그게 내 삶이야. 그래서 하루 종일 여기 앉아서 양파 스무 줄을 파는데 그런데 몽땅 다 팔라고? 그럼 내 하루는 끝나. 사랑하는 삶을 잃는데 그렇게는 못하지.”라고 말했다.

Posted by na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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