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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있을까?「플라스틱 바다」, 찰스 무어, 미지북스 un livre doit être la hache qui brise la mer gelée en nous.한 권의 책은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해. 카프카가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중 내면의 얼음을 부수라는 이 어구 이제 지겹지 않은가?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 이 도끼가 부순 얼어붙은 바다는 다시 우리에게 흐르는 속살을 보여줄 것이다. 미지북스에서 나온 「플라스틱 바다」는 과연 얼어붙은 바다를 부술 수 있을까? 실은「플라스틱 바다」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이야기는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에 덮여버린 바다, 태평양의 어느 곳에 위치한 현실 속의 바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방이 반짝이는 물결로 가득해야 할 바다의 표면에는 플라스틱이 넘실댄다. 저자 찰스 무어는 어느날 .. 더보기
열망해 마지않던 신세계. 나는 늘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으로 꼽는 것이 있다. 잡스가 그랬다지, 이명박이 그랬다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능력.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밝히는 능력이 그것일테다. 잡스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겠다. 잡스는 종종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취합했다고 한다. 직원이 A라는 아이디어를 내면, 그게 왜 안되는지 조목조목 반박을 했다. 반박을 하는 것까지는 그런갑다라고 우리는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인간이 재정신이 아닌 것은 그 이후에 이어진다. 며칠 후 A 아이디어를 낸 직원에게 A 아이디어를 보여주며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말을 잇는다. 왜 이 아이디어가 좋은지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처음에는 부정을 하고, 이후에는 긍정을 한다. 왜 구린지 조목조목 쏘아대고, 이후에는 자신의 아이디어인.. 더보기
한살이 오늘이 가는 것도 두렵고, 내일이 오는 것도 무섭다. 그 다음 날이면 괜찮을까?라고 자문해 보지만 누구에게 묻고, 어떤 대답을 기다리는지도 알 수 없다. 실존을 인식함은 고통이라, 고통의 까닭은 나의 현재 좌표를 알 수 없기때문일테다. 책을 읽어 어디쯤 와있는지 궁구해보아봤자 이미 궤도에서 많이 벗어나 있음을 확인할 것이다. 다만 내 속을 파먹는 구더기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우선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내 안의 구더기가 이만큼 커졌어. 더 크고나면 파리가 되겠지. 기생충에게 뇌를 파먹혀 밤마다 양의 아가리를 찾아 헤매는 일개미처럼, 하염없이 까닭모르고 거실을 배회하는 파리 한 마리. 오늘도 내일도 돌고 돌며 누군가가 전화번호부를 집어던지기를 기다릴 것이고, 그럼에도 전화번호부의 무게가 겁나 생각.. 더보기
제비꽃 술(블루 문), 홍대의 팩토리 칵테일 블루 문을 마셨다. 입이 넓은 고깔을 뒤집어 놓은 잔이었고, 눈으로 보기만 해도 달큼해보이는 보라빛 술이다. 이미 소주를 거하게 들이킨 후에 마셔서인지 독하지는 않았다. 입에 한 모금 머금으니 보라빛 술마냥 달큼함이 입을 채운다. 취나물 뿌리를 씹을 때의 쌉싸름함이 혀를 뒤감고, 이어 쎄한 알콜의 향이 코를 타고 올랐다. 그리고 다시 술잔을 봤다. 제비꽃의 보라빛 술이 한 모금 더 하란다. 맛있다 이 술. 돈이 없다 제걀 더보기
승무 - 1 달큼 상큼한 꿈에서 깬 뒤 머리 속에 꿈보따리가 펼쳐졌다. 꿈 보따리는 이야기 보따리였는지 하염없이 온 세상의 하소연과 허풍을 쏟아냈다. K는 눈이 나빠서 자고 일어나면 눈에 뵈는게 없다. 하지만 이날 아침에는 안경을 찾지 손을 뻗지 않았다. 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여 게슴츠레 눈을 떴다. 벽지를 바라보니, 여태까지 파스텔 톤의 하늘색인 줄만 알았던 벽지 곳곳에 자그마한 무늬가 박혀있다. 꾸물거리는 지렁이 모양같기도 하여 잠시 집중하니 그 옆의 무늬가 살아 움직이는 듯 하다. 눈에 뵈는 게 없는 K는 움직이는 하늘색 지렁이에 눈길을 보내본다. 하지만 웬걸 꿈틀거린 무늬를 시선 속에 가두자 무늬들은 움직임을 멈춰버렸고, 곧이어 시선 밖의 무늬들이 다시금 꾸물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포기했다. 일어나봐야 당장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