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류츠신, 이현아-허유영 역, 자음과모음
1.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웠던(?) 알파센타우리계를 논할 때 삼체문제가 언급되기도 하는데, 삼체 문제는 세 개의 물체가 서로 중력의 영향을 주고 받으면 운행의 규칙성을 찾을 수 없단 것이고, 이 책의 제목이 “삼체”다. 
2. 
오랜만에 즐거운 하드sf(자연과학, 사회과학 지식을 토대로 저자가 풀어나가는 미래에 있을 법한 이야기)였는데, 이야기를 추진해나가는 주동력원이 우연한 사건을 증폭시키는 각각의 등장인물이기 때문이고, 필연적으로 진보하는 역사라거나 철지난 영웅담으로 흘러가지 않는 것도 나름의 매력
3.
삼체 문제는 물론이고 사람 한 길 마음 속도 모르는데,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겪고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은 자가 첫 문제적 인간으로 등장해, 외계의 존재와 우주에서의 종족적 생존을 논하는 책으로 즐거웠으나 넘나 페이지 수가 많다. 19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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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이훈구, 이야기
1.
절친이 초5 때 절절하게 읽어 손때가 묻은 책을 빌려줘서 읽게 된 책인데 2000. 5. 21. 있었던 부모살인의 행위자 이은석에 대한 이야기다. 읽기 전에는 ‘살인자에 대한 책인데.. ‘라며 망설였으나 첫 페이지를 넘긴 후로는 쉼없이 읽었다. 법은 가해자 이은석이라고 호명했지만 저자는 세상의 학대를 당한 주인공인 이은석을 피해자라 보며 분석한 글이다. 
2.
저자는 심리학 이론에 주인공의 삶을 비추어 이 사건은 정당방위로 보아야 한다며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뇌에서 점화된 도식에 의해 행동을 수행했기 때문”에 “비의도적인 행동”으로서 “그의 죄는 무죄”(231면)라고 주장한다. 여기까지 읽고서는 ‘자유의지는 없다’며 유명해진 <벤자민 리벳의 실험>이 떠올랐는데 자유의지의 부재와 책임소재의 문제보다는, ‘점화’, ‘도식에 의해 행동’ 등의 구체적 내용인 부모와 사회구성원의 학대가 없어서 주인공의 삶이 고통스럽지 않았다면, 그의 뇌는 어떤 꿈을 꾸었을까?란 생각이 문득...
3.
전체적으로 저자는 입신양면•자녀를 성과로 여기는 세태를 비난하며, 사람의 마음이 현실부정•자폐•증오•불신•무기력•피해의식에 점령당해 누군가의 미래가 다시금 박탈당하는 사건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인지 책 내내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을 또 해줘서 가독성이 높은 책. (한국도 미국처럼 학대 발견 시 사회복지사가 즉각 분리조치 및 정서적 안정을 찾는 여건을 마련되어야 한다며 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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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몽당리뷰 [성]

책 장 2020. 12. 28. 16:25

 

 

[성], 카프카, 이재황 역, 열린책들

1. 

카프카의 미완성작인 성은 나에게 읽는 동안은 고통이었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부터는 혼란이 되었는데...
2. 

고통의 이유1은 토지측량기사(landmesser)로 불리며 입성해 자신의 신분을 보장받으려는 시도가 갈 길을 잃으면서 지쳐가는 K에 대한 연민. 고통의 이유2는 불투명한 관료제에서 쏠린 권력과 상실된 인류애로 희망없는 성으로 가는 길. 고통의 이유3은 주인공들이 대화라고 적어두고는 독백마냥 몇페이지동안 쏟아내는 대화에 떨어지는 나의 이해도
3.
그렇게 파멸의 고통 속에서 미완성작이라 마지막이 없는 독서를 마치고, K가 실상은 토지측량사가 아니라 떠돌이(landstreicher)로서 모두를 속이려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는 문장을 읽고는 혼란의 도가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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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좁은 의미의 '병력'속에는 주체가 없다. 오늘날의 임상보고에는 주체가 '삼엽색체백색증에 걸린 21세 여성'과. 같은 피상적인 문구 안에 넌지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이런 식의 병력은 인간이 아니라 쥐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기록한 병력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주체 즉 고뇌하고 고통받고 병과 맞서싸우는 주체를 중심에 놓기 위해서는 병력을 한 단계 더 파고들어 하나의 서사,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할 뗴에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이? 뿐만 아니라 누가?'를 알게 된다. 병과 씨름하고 의사와 마주하는 살아 있는 인간, 현실적인 환자 개인을 바라보개 되는 것이다.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섹스, 조석현 역, 이정호 그림


1.

신경의학과 뇌과학 분야의 전문가인 올리버 섹스 교수님의 글을 인용하며 나의 허리디스크(다른 말로 추간판탈출증,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요추 및 기타 추간판장애, 디스크환자 등등 많은 명칭으로 불리는 이 질병) 일기를 적으려니 마음 한 켠에 죄송한 마음이 문득 들지만, 아시아 대륙 한 켠에 삼면이 바다이고, 한쪽 면은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육지섬에 사는 인간이 교수님을 기억하며 글을 쓸줄은 몰랐겠지. 암 그렇고 말고. 


2. 

내 허리 통증의 역사는 굉장히 긴데, 그 시작은 육지섬을 구성하는 철조망 근처에서 한 군생활 때였다. 당시 서울 소재 대학을 다닌다는 나의 이력이 특혜로 비춰진 일이 있었는데 그건 군대에서 제안받은 행정병자리였다. 특혜를 받지 않겠다는 보통사람에 대한 지향이 있던 나는 행정병 자리 제안을 다 마다했고, 그러다 휴전선이라고 지도에 표시해 두고 철조망으로 육지에 휴전선을 그려 둔 철책을 경계하는 부대였고, 부대원 450명 중 서울 소재의 대학에 재학 중인 사람이 3명뿐인 부대였으며, 사방이 산이고, 계곡물이 흐르고 맷돼지가 뛰어노는 산 속 GOP 부대에 배정을 받았다.


2-1.

저 설명을 왜 구구절절했냐면 저 선택이 2020년 내 통증의 미약한 근원이요 창대한 마비의 시작이라. 우선 행정병 마다하고 철책을 경계하러 올라갔지만, 막상 GOP에서는 까라면 까라는 군대의 종족적 성질머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대학다닌다는 이유로 GOP행정상황병이 됐고, 근무 여건은 입으로는 3교대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2교대로서, 하루 12시간 정도를  포장마차 의자에 앉아서 구부정한 자세로 일했다. 그렇게 5-6개월 뒤 여름이 왔고, 진지공사에 끌려나가 삽질을 좀 하고 났더니 다리에 강도 10점 만점에 10점의 통증이 와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때도 수술을 안하고 나은 후 부대에 복귀해 만기전역을 했다는 그런 나만 슬픈 이야기..


2-2.

저때 상태를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진지공사로 허리를 급하고 격렬하게 사용한 뒤 자고 일어났더니 골반부터 발가락 끝까지가 뻣뻣해져서 무릎을 접거나, 허리를 굽힐 수가 없었던 그런 상태로서 마비는 물론이고, 10점 만점에 강도 10의 극심한 통증을 느낀 상태였다. 당시 내 마음은 나이 23에 다리 불구가 되어 앞으로 양말도 못신는 처지가 되는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혔었는데, 웬걸 2주 정도 쉬었더니 걸을 수 있었고, 군병원에서 1달 정도 보존적 치료 후 부대에 무사 복귀..


3. 

그 이후 몸이 기억하는 통증의 공포는 내가 건강을 유지하는 노력을 하도록 만들었다. 헬스도 종종 했고, 맨손 운동은 꾸준히 했다. 척추 기립근을 세웠고, 배에는 투팩부터 식스팩까지 다 만들어봤고, 허벅지를 두껍게 유지했고, 엉덩이를 탄탄하게 만들었고, 몸에 근육량을 유지했었던 적도 있었다는 즉 건강하게 살아왔다는 과거적 사실..


4. 

그리고...이번 사달이 났다. 때는 2020년 6월 29일로, 이미 2019년 12월에도 진료를 해주셨던 신경외과 의사선생님을 찾아가 다리 저림이 계속된다고 말하니 의사선생님 왈 당장 입원해서 MRI 촬영을 하고, 상태를 진단하고, 주사도 맞자는 거다. 이미 정기적인 다리 통증으로 회사에 택시를 타고 출퇴근을 한 전력이 있던 나는 그 상황에서도 처리할 업무 생각을 하며 "지금 입원을 해도 되나?"란 무지한 고민을 한 끝에 입원을 했다. 그리고 종종 환자를 신나게 하는 의사 선생님의 멘트를 들었는데, "여태 어떻게 참았어요? 많이 아팠겠다."라고 말씀을 하시자 나는 '내가 통증을 잘 참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라는 자기도취'에 빠진 동시에 '나의 고충을 이해해주는 현인을 마주한 기쁨'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그 때 선생님의 모니터에는 MRI 이미지가 올려져 있었고, 영롱한 뼈 사이로는 디스크가  우악스럽게 혀를 내뽑고 있었다.


5. 

적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우선은 여기까지만 적고 다음 이야기는 이어서 적으려 하는데, 2020. 6. 29.당시의 통증 강도는 5-6정도였고, 당시에 맞은 주사는 신경차단술 주사다. 알려진 신경차단술의 효과는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해 발생한 신경 주위의 염증을 씻어내 통증을 약화시키는 거다. 디스크 환자가 다리 방사통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수핵과 섬유륜으로 구성된 추간판에 손상이 와서 섬유륜을 찢고 수핵이 튀어나와 신경에 닿게 되는데, 그 신경이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염증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니깐 통증의 원인은 신경에 발생한 염증이니 우선은 염증을 씻어내자며 염증 부위에 스테로이드 및 식염수를 뿌리는 게 신경성형술 및 신경차단술인 거고, 그럼 왜 튀어나온 디스크를 힘으로 돌려넣지 않냐는 의문이 생기는데 물리적으로 집어넣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신경차단술과 신경성형술은 같은 원리로 통증은 완화하는 시술법인며, 다른 점은 튜브를 삽입하는 성형술이 차단술보다 더 정교하게 염증 부위를 겨냥해서 쏠 수 있다고들 하더라. 신경성형술과 신경차단술의 시술 후 후기는 뒤 편에서...


6.

그렇게 이후 약을 먹고 통증이 줄어들자 몸이 괜찮아졌다는 착각을 해서 야근을 지속했고 음주를 하며 늦은 시간까지 밖에서 떠돈 결과지는 2020. 7. 27. 10점 만점짜리 통증으로 돌려받게 된다. 이후 오늘로 여름휴가, 연차, 병가를 모두 끌어다 써서 7주째 와병중이다. 2020. 9. 9. 현상태를 앞서 말하자면 10분 이상 앉아있으면 다리에 쥐가 나는 반면, 설거지 및 청소기를 돌릴 수 있게 된 차도에 선명한 희망을 갖고 통증을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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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Nangbi 2020.09.09 1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역시 너는 글쟁이를 했어야 해. 와병생활 시작한 김에 분업으로 등단은 어떠신지??

    • BlogIcon namit 2020.09.11 1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무이야기를 열성을 갖고 적었더니 이론 칭찬까지... ㅋㅋㅋㅋㅋ 우선 통증일기를 차근차근 써보겠음다 ㅋㅋ

  2. fomo 2020.10.13 1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편 연재 부탁합니다~! 고주파수핵비수술로 목디스크에 팔저림 완치효과를 봤지만, 가격 생각하면 신경차단술이 좋았나 싶네.

오랜만에 주말 이틀을 다 쉬었다. 휴식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쉴 때 알게 된다. 쉬지 않는 삶이 일상이 되면 일상에 함몰돼서 관성에 따라 끌려가기 마련이다. 주 6일제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해 왔고, 9시 출근해서 저녁 상담을 마쳐서야 집 문을 열었다. 현관문에 풍경종을 달아뒀는데, 청아한 종소리에 마음이 풀어지기도 했으나, 가끔은 그 청아한 울림에 다른 집 사람들이 잠에서 깨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다. 

 

노동3권을 행사하겠다는 사람을 만나고, 노동3권을 설명해주고, 부조리, 불합리한 상황을 만드는 기괴한 권위에 숨죽이고 살지 말자고 이야기를 해왔다.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었고, 어느새 지난 시간은 1년 반이다. 어느 순간부터 만난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얼굴만 알아본다. 내가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수준 떨어지는 핑계다. 언제부턴가 그들이 궁금하지 않다. 해고당하지 않고, 잘리지 않을 방법을 모색해서 상대방을 꺾기 위해 모든 촉각은 아군과 적군의 구도에서 적군에게만 들어서 있다.

 

일을 시작하면서 잘 드는 칼이 되어야지. 라고 시작했던 마음가짐이 있었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노동조합에 대해 풍문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그리고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게 신념인 사람들이 있는 세계에서, 무엇보다도 불법을 밥먹듯이 하며 준법의식이 아니라 안걸리면 그만이라는 풍토에서 보통만 하려고 해도, 이기지 않으면 안됐다. 그렇게 칼이 점점 날카로워졌고, 공무원을 만나든 사용자를 만나든 호통치고 비난하고 비꼬는 태도가 일상이 됐다.

 

이틀의 여유동안, 침핀으로 그림엽서와 인쇄된 천을 벽에 고정했더니 집 분위기가 확 살고, 이번 여름 처음으로 선풍기를 꺼내서 찌든 때를 털어내고 씻어냈다. 마포구민체육센터에 찾아가 헬스장 1일 이용권을 4,000원을 내고 구매해 운동도 했고, 운동하면서 티비도 봤다. 3주 만에 집 청소를 했고,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장강명의 "당선, 합격, 계급"도 4/5정도까지 읽었다. 

 

장강명의 르포는 한국사회에 적어도 추천보다는 공정해보이고, 절차적으로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 당선과 합격의 제도, 즉 문학계에 등단인 신춘문예로 대표되는 문학상을 비롯해, 대기업입사제도인 삼성의 채용제도 및 로스쿨, 수능제도 등을 업계 경력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통계 그리고 기사로 진단하고. 비좁은 입구를 비집고 들어가 합격하면 계급이 바뀌는 현실을 신랄하게 조사하고 있다. 이러한 당선과 합격의 제도가 쓸모가 있는지를 다루는 건 물론이다.

 

쉬지 않는 삶이 일상이 되고, 상대를 이겨먹는 태도가 일상이 되는 와중에 오랜만에 책을 읽고, 이틀을 나만을 위해서 사용하고 나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오만가지 생각을 드는대로 다 적고 말하는 무지막지하고도 무식해서 용감한 능력이 있었는데, 어느새 말을 아끼려 노력하는 사람이 됐나보다. 

 

뭐 우선 사무실에 예고한 퇴사일까지는 이제 41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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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7.23 1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락 못한지 오래되어 궁금하던차에 지난 6월 기어이 상갓집에서 만났으나 여전히 많은 얘기를 나누진 못했구나. 너의 근황 글을 읽으니 근황이 더욱 궁금하다.

  2. fomo 2019.08.12 17: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업데이트 반갑네.
    나의 다음 한국행은 또 누군가의 결혼식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