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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우주,에코+카리에르 대담. 토낙 사회. 임호경 역. 열린책들 우연히 서점 한 쪽 벽에 꽂혀 있는 『책의 우주』. 제목만으로도 책 좋아한다는 사람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나는 호기심이 끓어올랐고, 거기다가 한국에서는 쉽사리 접하기 힘든 대담집. 그런데다가 대담의 두 화자는 프랑스의 저명한 시나리오 작가인 카리에르와 이탈리아의 상식박사이자 기호학자인 에코였다. 그래서 나는 샀다. 둘 다 저명하다는 것을 빼고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말도 안되는 책 덕후다. 그러니 깜찍하고 아기자기한 책의 표지에 반해 그 내용은 우주와 같이 방대하다. 유럽의 수많은 소설가, 시인, 권력자, 철학자의 이름이 두 덕후의 입에서 쏟아지고, 이미 사라진 유럽의 인간들이 파괴한 책, 창조한 책, 비롯된 건축물, 남겨진 생각, 뿐만아니라 문화의 단면들까지 두 덕후의 기억속에서 여과없이.. 더보기
날카로워질 필요가 있다. 연필촉에 날이 선다. 순전히 '나'의 날카로움 속에 있는 물렁한 마음을 감추기 위해서다. 연필을 날카롭게 깍는다. 어떤 종이라도 찢어 발길만큼 뾰족하게 다듬어야 한다. 마음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더 날카롭게 더 뾰족하게 연필 심을 세워야 한다. 다가서서 건들 수도 없을 정도로 뾰족해야만 그래야만 '나'는 연필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어느 순간 연필촉이 부러진다면, 거기까지다. 부러지지 않도록, 행여 부러질까 염려를 끼칠만큼 날카롭게 서야 한다. 더보기
'침대'와 시간 전주에 다녀 온 이후에는 늘 삶이 풍족해진 듯 하다. 팍팍한 도시의 삶에서의 탈출이라든가 지겨워진 일상에서의 탈출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도 좋지만 전주라는 도시에서 '나'를 느끼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창 밖으로는 중앙선 지하철이 달린다. 그 너머에는 구르는 자동차 대열이 끊이지 않는다.직사각형인 내 방에는 침대가 있고 책장이 두개가 있으며 책상과 작은 선반 그리고 오디오와 스탠드가 있다. 작은 선반은 침대 머리맡에 있고, 그 위에는 아담한 사이즈의 오디오와 어느새 9년정도 손때가 묻은 스탠드조명이 올려져 있다. 오디오의 스피커에는 먼지가 다소 내려앉아 있는데 근래에 오디오가 제 몫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침대는 누워서 책을 읽기에 적당하고, 선반은 마시던 맥주를 혹은 마시던 차를 잠시 내려두기에 적당하다.. 더보기
석유가 없어지면? 매년 열리는 다보스 포럼에서 석유의 유한성에 대한 경고를 시작한다. 다보스 포럼은 스위스의 가장 높은 평지에서 열리는 세계 석학들과 CEO들이 모이는 자리이다. 포럼은 늘 시장개방! 자유무역!을 외치며 끝이 나지만, 2011년의(2012년의 자료는 알지 못한다.) 포럼에서는 자본주의 성장동력인 석유가격상승에 대한 우려가 한 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에서는 이명박이 사용해 의미가 다소 퇴색되었지만, 전 지구의 차원에서는 2000년대 초에 시작한 저탄소녹색성장에 대한 열망은 여전한다. 포럼에서는 이제 2020년에는 오일피크(석유수요상승률과 비교하여 석유산출량이 최대치에 도달하는 순간)가 도래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그 이후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성장의 동력인 석유가 우리의 삶에 기여하는 바는 막대한다. 굳.. 더보기
왜 스피노자는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 - 1 나에게는 습관이 하나 있는데, 뭐든 시작할 때 시작점은 충격적인 경험에서 부터다. 충격적인 경험은 보통 사건이기보다는 시각적인 충격이 대부분인데, 활자이든 영상이든 별반 다를 것 없다. 이번에 읽은 책은 학교에서 대출 한『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이다. 지난 학기에 우연히 석기용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던 터라, 읽고 싶은 책이 쌓여 있는 가운데 유럽의 혼란기 두 철학자의 이야기를 읽어보기로 했다. 이미 대출기한을 넘겨서 벌금이 쌓이고 있지만 무엇인가 적어서 남기고 싶다는 일념에 책을 아직까지 붙들고 있었다. 끝내 완독은 하였는데 남아 있는 것은 큰 덩어리 뿐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는 알겠지만, 그 세세한 논리의 흐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지식은 단지 파편으로 남이 있을 뿐이다. 어찌되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