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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공장, 이언 뱅크스. 평소에는 책을 읽고 나서 무언가를 쉽사리 남기지 못한다. 생각의 꼬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고, 그만큼이나 질기고 긴 생각의 꼬리를 싹뚝 잘라내고서 무언가를 적어 남기는 것은 마치 '나'의 사고의 지평을 한정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하지만 이언 뱅크스의 『말벌공장』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한가지 무늬의 인상을 각인시켰다. 소설이 끊이지 않는 묘사와 서사 그리고 상징으로 독자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말벌공장에서 이언 뱅크스가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다. 사회적인 성性과 육체적인 성性, 그인 동시에 그녀인 주인공 프랭크는 무엇일까. - 이하는 스포일러가 강하고 개인적인 관점이 강하게 개입되어있기에, 책을 읽기전에는 접하지 않기를 바랍니다.ㅋㅋㅋ 책의 말미에 이르러 문득 서양에 있었던 한가지.. 더보기
누군가의 글쓰기. 한 글쓰기 수업에서 감당하지 못 할 비유를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친구는 다시금 글을 쓴다. 이렇게 표현했다. "비유에게 미안했다." "칼날이 나를 쑤시는 것 같았다." "그 상처를 바라봤다." 그리고 비유와 은유로 잔혹한 현실을 비껴볼 수 있었다. 문득 생각이 든다. 정말 비유가 문제였을까, 사실 비유는 문제가 아니였을런지도 모른다. 비유와 은유는 세상에 대하여 그리고 서로에 대하여 비스무리한 시각과 시야, 그리고 시력을 바탕으로 힘을 갖게 마련이다. 그는 서둘렀다. 문장은 문장을 휘갈겼던 그를 앞서 나아갔고, 쓰여진 문장의 겉모습은 글 안에서 균형잡힌 구조의 일부를 구성하기보다 그의 습관을 드러냈다. 각 문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규칙은 문자의 사용이었을 뿐이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정합성보다 .. 더보기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키스 젠킨스 저, 최용찬 역. 역사를 읽는다, E.H.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대학 곳곳에서 필독서로 꼽히며 역사란 무엇이며, 역사를 바라볼 때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를 설파한다. 왜 역사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할까? 나의 짧은 생각에 사실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역사를 보는 나의 입장을 정립하는 것이 인생살이 속에서 관계정립과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너무 추상적인데, 사실 잘 모르겠어서.ㅋ). 하지만 이런 저런 생각없이 호기심에서 펼친 책은 실상 "역사는 뭐?"에 한정되지 않고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사유방법과 자세를 가르쳐 준다. 오랜만에 쾌감을 주는 책이었다. 키스 젠킨스(Keith Jenkins)의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원제:Re-thinking H.. 더보기
선택. 이성은 가능한 선택지를 추측하고 파악하는 능력일 따름이다. 선택은 감성의 역할이다. 호불호를 가늠하게 하는 감성의 역할이 가능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택하게 하고 행동을 만들어낸다. 경제학이 가진 대전제의 여파일까, 현대에 흔히들 말하는 합리적인 선택은 도구적 이성에 경도되어실제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고 하나의 이데올로기, 세계관, 헤게모니, 관습, 독단으로 자리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제한된 이성을 가진 합리적인 인간에 목을 매기에 우리 각자는 좋아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 더보기
자전거 바람넣기. 자전거 바람을 넣으러 자전거가게에 갔다. 자전거를 인터넷으로 사고 동네의 가게에 가려니 약간의 부담감이 앞섰다. 아저씨는 바람을 넣어 줄까? 안된다고 하는 것은 아닐까? 어쨋든 공기압이 살짝 부족한 자전거를 타고 가게에 들어선 순간, 가게아저씨는 기분좋게 옆가게 떡집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라고 했나, 벌처럼은 못 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살짝쿵 물어본다. "아저씨, 바람 넣을 수 있을까요?" "저기 있어, 가서 넣어." 긴장이 다소 풀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얼른 바람 넣고 학교에 가야지.'라고 생각하며 자전거 앞바퀴의 노즐을 열었다. 펌프질을 해대니 바람소리가 나고 기분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상승가도다. 쑥쑥쑥 하는 바람 소리에 바람이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고 더욱 .. 더보기